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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2도 화상 입고도 “아이는 괜찮나요”
기절했던 아이, 병원 도착 직전 의식회복

 

화염에 녹아내린 소방관 헬멧.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28일 오후 5시17분께 강원도 홍천소방서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홍천군 홍천읍의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홍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은 신고를 받고 즉각 출동했다. 8분 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빌라 4층 거실과 베란다 양쪽으로 불꽃과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 탓에 내부에 진입하기 어려운 ‘최성기’ 상태였다.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어요. 제발 구해주세요.” 현장에 있던 아이 어머니가 외쳤다. 소방대원들은 즉각 인명구조 2개팀(4명)과 화재진압 1개팀(2명)으로 나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화염에 녹아내린 소방관 헬멧.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소방대원들이 집 안으로 진입했을 땐, 이미 연기와 열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구조1팀에 소속된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소방교가 안방에서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어린아이(3)를 발견했다. 이들은 즉시 아이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운 뒤 안고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119구급대에게 인계했다.
구조 당시 아이는 스스로 호흡은 하고 있었으나,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에도 계속 경련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다. 여소연 구급대원은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 확보를 위해 산소를 투여하고 기도 안 연기를 빼내는 흡인 등의 응급처치를 했다. 또 심전도 검사를 한 뒤 쇼크에 대비해 심장충격기 패치도 준비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 아이는 의식을 회복했다. 연기를 마셔 의식을 잃은 아이가 대원들의 빠른 구조와 응급처치 덕에 의식을 회복한 셈이다. 여소연 대원은 “구급차 안에서 아이의 의식이 돌아와 다행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화염에 녹아내린 집 안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소방대원들은 구조 과정에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대원들이 아이를 구조하는 동안 불길을 진압하며 구조대원 엄호를 한 박동천 소방장은 안전 장구를 착용했는데도,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안전모(헬멧)는 화염에 녹고 검게 그을렸다. 박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구조 당시 뜨겁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어 화상을 입은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기중 홍천소방서장은 “박 소방장이 얼굴에 붕대를 하고 있길래 깜짝 놀라 물었더니 ‘현장에서 조금 다쳤어요’라며 씩 웃더라. 직원들도 무사하고, 아이도 의식을 회복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화재진압을 마치고 소방서로 돌아와 다음 출동을 위해 장비를 점검하는 홍천소방서 대원들 모습. 왼쪽부터 김덕성 소방교, 박종민 소방교, 김인수 소방위, 이동현 소방교. 홍천소방서 제공

 

대원들은 화재 발생 이튿날인 29일 오전, 아이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을 찾았다. 화재 당시 아이를 안고 구출한 김인수 소방위는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보고 싶어서 병원을 찾아갔다. 마침 아이가 자고 있어서, 깨울까 봐 먼발치에서 얼굴만 보고 장난감 소방차 하나를 어머니께 전해드리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 도중 화상을 입은 박동천 소방장. 홍천소방서 제공

 

28일 화재는 집 105㎡를 모두 태우고 42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0여분 만에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가스레인지 취급 부주의에 따른 화재로 추정하고 있으며, 경찰과 함께 정밀감식을 벌일 참이다.한편, 최근 3년간 화재진압 과정에서 숨지거나 다친 소방관이 강원도에서만 11명(사망 2명)에 이른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gion/867815.html#csidxa44c350ced39b5ca7757cf564ad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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